개요
2025년 3월 20일 목요일 15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내 인생 첫 기술 면접이었고.. 내 인생에서 최고로 망한 면접이었다. 히히히힣히히히히히히힛!
어제 면접을 보는 동안도, 집에 돌아오는 동안 내내 너무 부끄러웠고.. 면접 끝나고 엄마한테 전화해서 고라니처럼 구어어엉 댔더니 엄마가 괜찮다고 정 안 되겠으면 같이 감자튀김집이나 차리자고 했다. (아마 내가 요리를 못해서 다른 거 아니고 감자튀김인 듯) 제법 도움이 되는 위로였다. 그리고 나의 인생 첫 실전면접을 응원해 주던 주변인들에게 이야기를 하니 다들 한 번씩 유감을 표하며 면까몰(면접은 까보기 전까지는 모른다)이라고 위로해 줬다. 사실 이건 마음만 고맙고 도움은 안 됐다. 나는 대답을 너무 못 해서 떨어졌을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에..ㅋㅋㅋ
이렇게 망한 면접임에도 불구하고 글을 써야겠다 마음먹은 이유는, 너무너무 창피하고 부끄럽지만 그럼에도 정말 좋은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이 또한 나의 성장 과정 중 하나이고, 또 면접을 준비 중인 간절한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솔직하게 작성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사실 자고 일어나니까 창피함도 사라졌다. 그냥 좀 더 강해져서 돌아가겠습니다! 카카오페이! 담에도 꼭 자리 열어주세요!
면접 준비
면접을 신나게 말아먹어서 이런 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아래와 같이 준비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예시로 봐주시길..
- CS: 기존에 네트워크, 운영체제 면접 스터디를 꾸준히 해와서 별다른 준비를 더 하지 않았다.
- 자바스크립트: 스코프, this, 이벤트 루프, 이벤트 전파/위임, 실행 컨텍스트, 클로저, 비동기(Promise, async/await) 등
- 리액트: 리액트는 어떻게 동작하는가, 리액트 최근 방향성(서버 컴포넌트, 컴파일러 최적화, useEffect 남용 지양 등), 기본 hook들의 동작 원리
면접 끝나고 나서 돌이켜보니 위의 키워드는 원래 알았어야 하는 건데 내가 몰라서 공부했을 뿐이고, 더 딥하게 공부해야 할 듯?!
인성 면접은 따로 준비를 하진 않았다. 그냥 생각하는 대로 솔직히 대답하자가 내 모토임.
추천
공부하면서 조금 헷갈렸던 키워드(this, 실행 컨텍스트, 클로저)들은 GPT한테 실제 코드로 문제를 내달라고 부탁했다. GPT 이런 문제 정말 잘 내준다. 완전 강추.
챗GPT를 활용해서 공부할 때 조금 조심해야 될 점이, 내가 올바르게 대답을 했어도 GPT가 간혹 헛소리를 할 때가 있다. 그래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실제 면접
완 전 망했다. 면접 스터디 할 때 'ㅎㅎ; 껌이지' 하면서 대답했던 것도 뇌가 그냥 하얘져서 도무지 기억이 안 남. 내가 혹시나 헛소리를 할까 봐 무서움 + 긴장됨 이게 합쳐져서 갑자기 밥먹듯이 생각했던 것도 이게 맞았나? 하면서 의심이 피어오르고 대답을 망설이게 된다. 정말 모르는 건 속 편히 모른다고 할 텐데, 아는 건데 키워드가 기억이 안 나니 너무 속상했다.
이력서 기반 질문
이력서에 '저 이런 것도 학습했어요 뽑아주세용🥰😉' 하고 넣었던 것들이 내 발목을 잡았다. 예를 들어 A를 구현하며 B를 학습했다고 적어뒀으면, A를 구현하며 B의 어떤 점을 학습했다는 건지 물어보셨다. 내가 A를 구현한 것도 사실이고 B를 학습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A를 구현하며 스스로도 이게 어디서 B를 얻어갈 수 있는 건지 와닿지 않았었다. 단지 구현하며 들인 시간도 시간이고, '음.. A가 B의 예제라니까..' 하고 보편적으로 그렇다 알려진 것을 적은 것이었다. 할 말이 없고 조금 부끄러웠다. 오히려 잘 모르고 있네 하는 인상을 심어드리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식의 상황이 반복되며, 내 이력서에 얼마나 많은 허점이 있고, 나의 지식에도 얼마나 많은 구멍이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면접관님들께서 이력서에 대해 이렇게 조언해 주셨다. '이력서는 내가 한 일에 대한 요약본이다. 실제 면접에서는 이력서에 적힌 내용보다 많은 것을 이야기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걸 생각하고 이력서를 작성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정말 정말정말 감사했다. 하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 내가 정말정말 느끼는 바가 없는 걸 다 뺀다면 이력서가 한 장으로 끝날 것 같은데, 그러면 서류에서 붙어서 이런 좋은 기회를 얻는 것조차도 못 하지 않을까? 당연히 가장 좋은 방법은 실제로 뭔가 느끼는 것들을 적기 위해 경험을 확장하는 것일 테지만, 지금 당장 취준을 하면서 이력서를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을지. 서류에 합격할 수 있게 잘 포장하지만, 면접에서 방어할 수 있게 이력서를 작성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가 정말 어려운 부분이다.
면접에서는 질문받은 거에만 대답해야 한다.
이력서 기반 질문을 받으며, 저 진짜 A와 B의 연관성을 못 찾는다 뿐이지 둘이 뭔지는 알고 있어요!!!😭 하는 걸 너무너무 어필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게 물어보신 게 그게 아니란 걸 알면서도 논지에 벗어난 자기 PR을 했다. 그러니까 면접관님께서 '저는 --를 물어봤는데, 지금 다른 대답을 해주셨어요. --에 대해 다시 말씀해 주세요.'하고 말씀하셨다. 여기서 되게 감동받았다.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걸 직설적으로 말씀해 주시고 정정할 기회를 다시 주시는 게 왠지 멋진 리더의 덕목(?)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카카오페이 다니시는 분들 부럽다. 암튼 다시 말씀해 달라고 하시기에 이제 안 되겠다..! 하고 잘 모르는 걸 인정해 버렸던 것 같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은, 함께 일할 사람을 뽑으러 온 면접관 입장에서는 부족함을 가리기 위해 논지 흐리고 딴 소리 하는 사람 뽑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아무래도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좋지 않은 태도니까. 다음번엔 그냥 질문받은 거에만 아는 대로 솔직히 대답해야겠다.
프로젝트할 때 서비스에 애정을 갖고 좀 더 많은 생각 해보기
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눈에 보이는 것, 지금 당장 해야 할 것, 하기로 한 것에만 집중했고, 눈에 보이는 에러가 생길 때만 그걸 고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면접장에서 질문을 받으며 오 이런 것도 고려해 볼 수 있구나 많이 배운 것 같다. 나는 꽤나 사용자 경험을 생각하려 노력을 많이 한다고 생각했는데, 개발자, 그러니까 기술자 입장에서 사용자 경험을 생각하려면 '내가 예상치 못 한 에러'로 사용자를 곤혹에 빠뜨리는 일을 방지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적으로도 사용자 경험을 개선할 방도가 있다는 것을 배워왔다.
예를 들어, 나는 비동기로 API 요청을 받아올 때, 응답 속도가 워낙 빠르니까 pending 상태일 때 사용자에게 어떤 화면을 띄워줄지에 대해 생각을 안 해봤다. 왜냐면 내가 pending 상태인 걸 console에 Promise를 직접 찍을 때 말곤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늘 성공이든 실패든 바로바로 결과가 오기에 비동기임에도 불구하고 동기처럼 생각을 해왔던 것 같다. 하지만 개발 환경과는 달리 사용자 환경에서는 비동기 작업의 중간 상태를 처리해줘야 하고,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이 리액트의 Suspense라는 걸 면접에서 처음 알았다! 평생 절대 까먹지 않을 것 같다.ㅋㅋㅋㅋㅋ 면접이 아니고 멘토링 같았다.
평소에 좀 더 이런저런 상황을 많이 가정해 보고 대응하는 연습이 중요할 것 같다.
카카오페이 프론트엔드 인턴 기술면접 후기
이력서에 적으면서, 혹은 해당 경험을 하면서 내가 물음표를 띄웠던 것들이 다 면접 질문으로 나오는 것 같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나가면서 학습을 해야 하지 않을까.
면접을 제대로 말아먹은 것과는 별개로 면접을 봐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했다. 면접장에 들어간 직후에는 나를 평가하러 오신 분들이라 생각해서 너무 무서웠는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내가 정말 알아야 할 것들을 모르고 있으면 이건 알아야 한다고 말씀해 주시고, 전혀 모르겠는 걸 모른다고 했을 때 모를 수도 있다고 말씀해 주시고. 내가 모르는 게 많아서 부끄러운 와중에도 너무 따뜻하셔서 감동의 눈물이 날 뻔했다. (하지만 진짜 눈물 났으면 혀 깨물었을 듯)
기술 면접이니 정말 딱딱하고 전공 시험처럼 재미없을 거라고만 막연히 생각하고 준비할 때도 프론트엔드 예상 질문을 질릴 때까지 공부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내가 지금 어떤 점이 부족하구나, 그리고 어떤 맥락에서 이런 질문들이 나오는 거구나, 내가 어떤 기능을 구현할 때 이런 정도는 생각을 해봐야 하는구나 하고 정말정말 많이 알아갈 수 있었다. 기술 면접이라고 전공 시험 준비하듯 잔뜩 외울 필요 없이, 평소에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이해하면 기술 면접도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쓰고 있던 카카오페이의 기능들이 엄청 많은 생각과 노력을 거쳐 나온 거겠구나 싶기도 하고. 카카오페이 조직에 대한 엄청난 사랑이 싹튼 경험이었다. 강해져서 다시 돌아가야지. 또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